Skip to content →

통영여행기

DSC_5320

사실 여행기라기보다 조행기가 어울리는 표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고기는 대충 구경만하고 먹을 것 먹고 여유롭게 놀다왔던 그간의 여행과 달리 이번 여행은 예상치 못한 낚시 도인의 등장으로…. 어선에 팔려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만큼 빡세게 낚시만 했으니말이죠.. ㅎㅎ 아무튼 뭐.. 그렇다구요.. 여행기 시작합니다.

4/30
오후 3시부터 멈춘 것 같은 시간의 벽을 극복하고 퇴근시간이 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재빨리 환복을 하고, 사무실에서 못한 EDCD 업데이트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낚시대, 코펠, 가스렌지, 칼 등등을 주섬주섬 챙겨서 친구놈과 통영으로 출발~!

역시 예상대로 길은 하나도 안막힙니다. 제 사회적 지위와 품격을 고려해서 마련한 낚시용 베르나 차량을 타고 달리는 길이 상쾌하네요.. -_-;; 이놈의 차는 제 사회적 지위와 품격을 너무 고려했는지 고속도로에서는 바람소리랑 엔진소리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아.. 겨울에는 웃풍도 약간 있더라구요. 아무튼… 속도계는 140에서 150을 왔다갔다.. 바람소리 엔진소리에 귀는 멍해지고, 도로의 요철을 만날때마다 차는 죽어갈듯한 비명을.. ㅋㅋ 그렇게 통영에 도착하니 새벽 1시 30분이 되었고, 바로 찜질방으로 달려가서 씻고 눕자마자 자버렸습니다. 사진이 없으니 밋밋한 여행기가.. -_-;;

5/1
노동의 햇새벽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메이데이. 노동자의 하루를 유감없이 즐겨주겠다고 생각하며 찜질방을 나서 통영에 올때마다 들리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메뉴는 해물뚝배기.

 

바로.. 강구안 뒷골목에 위치한 새집식당이라는 작은 식당입니다. 그냥 허름해보이면서 나름 깔끔하기도한 그런.. 메뉴는 위에서도 썼듯이 해물뚝배기..

 

090501-0002

 

폰카메라라서 사진이 부실하네요. 개인별로 담아준 뚝배기, 미역, 굴비새끼, 조개젓, 굴전, 멸치조림, 쌈장, 야채.. 대략 이정도 차립입니다. 화려한 차림은 아니지만 매일 먹고 싶을 만큼 깔끔한 맛입니다. 야채에 멸치조림을 얹어서 밥이랑 쌈장에 한입 가득물고 씹다가 뚝배기 국물 한숟가락 떠먹으면… 음……. 아무튼 아침은 이렇게 먹었습니다.

090501-0001

아침을 먹고 우선 산양일주도로를 한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더군요. ㅎㅎ

DSC_5320

 상쾌하게 일주도로를 한바퀴 돌아주고, 낚시 포인트로 이동했습니다. 달아마을과 척포항 사이에 편하게 낚시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그쪽으로.. 보통 낚시하면 험한 갯바위나 파도치는 방파제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곳은 도로옆이 바로 바다라서 편하게 낚시를 할 수가 있습니다.

DSC_5329

정말 바로 앞이 바다죠? ㅋㅋ 차도 바로 옆에 세울수있어 편하게 낚시를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대략 이런 세팅으로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뭐 안잡히는군요. 나중에 알았지만, 남해안에 사는 물고기들은 대부분 새벽형이라 해뜨기 직전부터 오전 8시까지 입질이 가장 활발하다고 합니다.

DSC_5334

눈먼 도다리가 한마리 잡혔네요. 씨알은 작은편이지만 그래도 제 얼굴만하니 상당한 크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 자식… 저한테 잡히다니, 어차피 이 험한세상 살아가기는 글러먹은 녀석인가봅니다.ㅋ 이때까지만해도 아직 얼굴과 팔에 화상은 안입었네요. 썬크림 바르고 모자를 써도 시원치않을 판에.. 팔까지 걷어붙이고 뭥미… 아무튼 저 한마리를 끝으로 낚시가 종료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슬슬 찾아옵니다. 통영까지 기름값, 톨비, 찜질방비 등등이 생각나면서 이건 100% 마이너스 CM2라는 해운개그가 떠올랐습니다.

물고기는 못잡아도 배는 고프더군요. 길바닥이긴 하지만 나름 한적한 바닷가니만큼.. 바닷가에 어울리는 점심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음..ㅎㅎㅎ 메뉴는 라면. 친구놈과 둘이 너구리 하나에 신라면 두개 스팸 한 깡통을 넣은 정크푸드의 결정체를 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090501-0003

뭐.. 이정도 세팅이랄까요. ㅋㅋ 제가 쓴 글을 읽으시다보면 느끼시겠지만.. 음식 전후 사진은 있어도 정작 음식 사진은 별로 없습니다. 항상 사진 꼭 찍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먹을게 앞에 있으면 눈이 뒤집혀서.. -_-;;
라면 끓여먹고 배 두드리며 설렁설렁 책을 읽고있는데.. (이미 낚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바로 맨 처음에 말한 문제의 도인이 등장했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은 없네요. 아무튼 갑작스럽게 등장한 도인께서 멍때리며 책읽고 음악듣던 저와 제 친구에게 계시를 내리셨습니다. “당장 낚시방으로 달려가서 1호 전자찌 수중찌 그리고 감성돔바늘을 사오너라..” 이러고 말이죠. 그러면서 본인은 못잡는 물고기가 없다는 말씀을 곁들이시더군요.

사실 제 친구와 저는 귀가 매우 얇은 편이라.. 물고기를 잡게 해주겠다는 도인의 말에 한달음에 달려가 준비물을 사왔습니다. 도인께서는 요즘 애들 답지않게 잘도 낚이는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옆에서 시작하십니다. 저와 친구는.. 이건 뭥미.. 시키는대로 다 사왔는데 왜 낚시를 안하는걸까 이거 혹시 낚시점 알바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시작했습니다. 마치 방망이 깎는 노인 이야기를 현실에서 겪는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한시간넘게 얘기를 하다가 도인이 한마디 하십니다. 챙겨서 내려가자.. 따라갑니다. 이때까지만해도 반신반의하며 낚시바늘에 지렁이를 끼우고 도인을 따라갔습니다. 남해안에서 40년간 낚시를 하셨다는 도인이 던질곳과 수심, 채비를 다루는법을 약 2분간 설명하고 그대로 하라고 시키시더군요.

그런데 왠… 10분, 20분이 지나고 해가 떨어져도 고기가 안잡히는겁니다. 이.. 뭥미!? 도인을 원망하고 낚시점 알바로 결론내리려는 순간.. 저 멀리 떠있던 빨간 전자찌가 쑥.. 하고 빨려들어가더군요. 앗.. 이건가?? 잡아채며 릴링을 시작합니다. 파닥파닥… 물고기가 앙탈이 심하더군요. 그동안 잡았던 잡어들과는 힘이 달랐습니다. 어찌어찌 건져보니 농어. 도인의 깊은 뜻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인께서는 우리의 얕은 낚시기술을 연습시키며 때가 되기를 기다리셨던거죠.. 도인님이 계시를 다시 내리십니다. “마구 잡아라!!” ㅋㅋ

한마리, 두마리, 열마리 잡다보니.. 이건 점점 낚시가 아니라 조업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_-;; 그간 동해, 남해, 서해로 낚시대들고 회사먹으러 다니면서 느낀 설움이 씻기는 순간이었습니다. ㅎㅎ 그렇게 한시간쯤 더 낚는데, 도인의 계시가 다시.. “접어라..” 접었습니다. (낚시부분은 손발이 바빠서 사진이 없네요..) 아무튼 그렇게 노동절의 낚시가 마무리 되어갔습니다. 사실 쉬러와서 노동을 한듯한 기분이 좀….. 조과는 아래 사진처럼 ^^;

DSC_5344

DSC_5367

물고기 색이 참 곱네요. 반짝반짝.. 맛있게 생겼습니다. ^^;

자.. 이제 회를 뜰 시간이……. ㅠ_ㅠ 이건 뭔가 하얀거탑의 장준혁교수보다 빡센 칼질을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낚시다닌답시고 돌아다닌지 언 6개월만에 제대로된 생선을 잡았는데 회뜨기가 힘들어 포기 할 수는 없겠죠? 수술 시작입니다. ㅎㅎ 

DSC_5347

DSC_5357

비늘 벗기는 표정이.. 뭔가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모자이크처리를 했습니다. ㅎㅎ 아무튼 비늘을 쓱쓱 벗기고.. 머리를 댕강 자르고.. -_-;; 배를 따서 내장을 발라.. ㅠ_ㅠ 손질을 하고.. 회뜰 준비를 마쳤네요.

DSC_5374

DSC_5375

자.. 자연산 농어 2.5kg 입니다. 가격은 싯가…
회까지 썰어놓은 사진을 찍었어야했는데.. 워낙 힘든 수술이어서 여기부터는 친구놈도 투입되어 찍사가 없었습니다. ㅎㅎ 거기에 싱싱한 자연산 회를 썰어놓으니 사진은 무슨…. 정신차렸을땐 이미 빈 접시만 남았네요. ㅎㅎ 아무튼 평소의 낚시여행과 달리 직접뜬 회로 배가 터지도록 먹고 하루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ㅎㅎ 하지만 이건 더욱더 고된 노동의 내일을 예고하는 예고편이었을뿐…

도인이 계시를 다시 내리십니다. “우리집가서 자고 내일 능포로 벵에돔 치러가자.” 무척 난감하고 피곤한 친구와 저.. 하지만 도인의 포스에 끌려 도인의 집에가서 자고, 새벽을 맞게됩니다.

5/2

새벽이 밝았습니다. 도인이 잠을 깨우시는군요. -_-;;  “거제로 가자..” 음.. 이왕 버린몸.. 갑니다. 40분쯤 달렸을까, 거제도 옥포근처 대우조선해양 앞 방파제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심하군요.

090502-0000

090502-0001

이곳에서의 낚시는 예상대로.. 엄청난 바람에 고기들이 자취를 감춘 악조건에.. 도인만 벵에돔을 몇마리 잡고 끝이났네요. 자리를 접고 이동을 하려는 와중에 도인께서.. “저녁에는 농어 좀 더 잡고, 내일 새벽에 다시 벵에 잡으러 오자” 라는 말씀을 하셔서.. 정말 섬마을 새우잡이배에 팔려온게 아닐까하는 심정으로.. “어르신, 저희 내일 서울에 일이 있어서 오늘 저녁에 올라가야합니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도인을 집까지 모셔드렸습니다. 도인의 집에서 농어회를 반찬삼아 저녁을 먹었고요.. 감성돔을 회도 아니고 무려 “구이”로 맛봤습니다. ㄷㄷ

도인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찜질방으로 돌아가 허리좀 지지고 쉬다가 통영의 명물 꿀빵을 사서 서울에 올라오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5일 연휴의 여파로.. 통영에있는 모든 찜질방은 인산인해.. 꿀빵집에서는 꿀빵이 없어서 안판다는 소리를 하고.. -_-;; 밤이 되니 비까지 오더군요. 음.. 이건 뭔가 아닌데…

친구녀석과 약 5분간 상의끝에 서울로 돌아오기로 했네요. 꿀빵을 못먹은게 아쉽지만 그건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로하고.. 서울로 다섯시간에 걸쳐 졸음운전으로 올라왔습니다. “130km/h 가 넘는 상황에서 잠시 눈을 감았더니 차가 옆차선에 가있더라..” 이런 느낌을 여러 번 겪으면서.. 어떻게 어떻게 서울에 도착했지요.

정리

참.. 여행을 떠나면 예상치 못한 많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은 특히 그랬고요.. 아무튼 결론은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잘 놀았다 + 다음에 통영가면 도인과 함께하는 조업이 기다리고 있다.. -_-;; 뭐 이정도랄까요.. 초보낚시꾼에게 가르켜주시느라 고생하신 도인께 감사하며.. 이만..

 

Published in Fishing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